SPILLOVER
- Date
- 2023.10.18~10.24
- Artist
- 이재옥
- Connect
- 02-595-3777
이루다 말로 할 수...
물과 얼음 사이에는 관계가 존재한다. 그 관계는 머그잔과 따뜻한 밀크티 사이에도 있다.
관계에 대한 인식 중의 하나는 재질이다. 하나는 단단하고, 다른 하나는 부드럽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것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새롭지만 때로는 불편하다.
흘러내리는 물감의 물성만 떼놓고 보면 사실적이지만,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간절함이 묻어 나온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기도 하다.
유체(fluid)는 형상이라는 점에서는 고체와 같으나, 고유한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흘러내리는 물성과 종이 상자에 존재하는 시간은 분리되어 흐르는 것 같다. 다만 그 시차가 본질적인지,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재옥은 이렇게 묻는다.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에도 분명히 관계가 존재하는데, 왜 현실에서는 이질적 사물 사이에 관계 맺기가 힘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