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시

원은희 특별초대전<Present>

Date
2024.01.19-02.14
Artist
원은희
Connect
02-595-3777

               봄과 사랑을 선물하려는그림 작가의 전시회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SNS로만 소통해오다가 이번 전시에서 그분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난다.” 그 말을 할 때그림 작가원은희의 눈이 반짝했다.

서울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그분은 제주도 여행을 왔다가 한 카페에서 전시 중이던 원은희 작가의 그림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원은희 작가에게 SNS힘들 때 작가님의 그림이 큰 힘이 되었어요. 컬러링북도 샀어요라고 연락했다. 그 이후 몇 권의컬러링 북을 더 구입했고, SNS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분이 어떤 힘든 일을 겪었는지, 원 작가의 그림에서 어떤 감동이나 위로를 받았는지 원 작가도 모른다.

원 작가는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삶의 우연성을 실감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그림 작가가 된 것도 우연함의 결과다.

미술 실기와 이론을 공부한 적도 없고, 누구에게 사사한 적도 없다. 어느 날작은 손바닥 낙서한 장으로부터 시작된자각 혹은 발견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리는 외침, 그리움, 기쁨을 그리고 또 그리면서 매일매일을 살게 했다.

그 시간이 쌓이면서 원은희는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림이 예술적인 의미만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삶의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밥 짓는 일보다 예술 창작인 그림 짓는 일이 더 고귀하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밥이 생명을 살리듯이 그림이 마음을 위로하고, 때로는 영혼을 구원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런 인생관은 그의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서도 확인된다.

원 작가는그림 작가라는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민간단체 자살 예방 행동 포럼라이프(LIFE)’ 활동에 그림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세상 사람들이 힘들어하던 때에 그는 그림을 들고 서울시립서북병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환자를 돌보느라 지친 간호사와 방역 요원들을 대상으로 한 힐링 프로그램으로원은희의 그림 이야기 안아줄게요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정신건강 복지센터, 청소년 자살 예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힐링, 위로, 치유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 행사에서 그림을 전시하거나, 때로는 강연에 참여하기도 하며, 컬러링북으로 아이들과 함께 그림 작업도 한다.

마음이 아프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림으로 위로를 얻고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면 그림은 삶의 도구로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꽃이 많이 등장한다. 그의 작품에서 사람이 꽃이고, 꽃이 사람이다.

한동안 살던 서울을 떠나 제주살이를 선택했던 배경에도 제주의 매력인 사시사철 볼 수 있는 꽃들이 있어서이다. 특히 동백꽃과 유채꽃은 의미가 있다.

매년 이맘때 집 주변은 물론 동백동산이나 카멜리아힐, 동백군락지, 또는 분명 동백꽃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 심고 가꾸었을 동백꽃 울타리가 있는 집들을 찾아다닌다.

한라산의 흰 설경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선홍색 동백 꽃잎은 원은희 작가의 가슴을 뛰게 한다.

동백꽃과 유채꽃은 어릴 적 자란 고향인 경남 남해에서부터 지금 사는 제주에서 늘 접하는 꽃이다. 동백꽃과 유채꽃의 색깔과 모양, 꽃이 피는 아름다운 모든 상황이 나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꽃이 피려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온도가 필요하다. 봄꽃은 겨울의 오랜 저온 환경을 견뎌야 제대로 개화한다.

눈을 뚫고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하는 복수초(福壽草), 남녘 어느 마을에 피는 유채꽃이나 매화도 차디찬 겨울을 견디고 먼저 봄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 특별하다.

햇살이 부족하면 꽃이 활짝 필 수 없듯이 사랑과 보살핌이 없으면 사람도 꽃 피우기 어렵다고 그는 믿는다. 그의 이런 생각은 작품 이름그래, 참 잘하고 있어’, 또는 ‘You raise me up’에도 담겨 있다.

사람을 꽃 피우게 하는 것은 사랑만은 아니다.

때로는 말이, 그림이, 노래가, 따뜻하게 안아주기가 사람을 꽃 피우는 햇살이자 온기다.

원은희 작가가 힐링 프로그램원은희의 그림 이야기; 안아줄게요와 같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이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내 그림을 사서 가족이나 친구에게선물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행복하다. 누군가를 내가 직접 만나 위로하고 용기를 주진 못해도 나의 그림이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다면 그림 작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원은희의 이런 생각은선물이라고 하면 고가의 명품을 떠올리는 세태와는 엇박자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원 작가는 작은 인연, 작은 순간, 작은 위로가 모여 우리 삶을 구성한다고 믿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원 작가는 4호 그림 100개를 선보인다. 작은 작품들이지만 전시공간의 벽에 모임으로써 큰 울림을 줄 것이며, 그것 자체가 귀한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전시 구성은 소소해 보이지만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순간들이 모인 우리들의 삶이 선물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아직 겨울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지만 원은희 작가의 집이자 작업실이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에는 이미 봄이 완연하게 올라오고 있다.

그가 제2의 작업실처럼 자주 찾는 집 근처 카페 Lucia로 가는 길의 유채꽃, Lucia에서 만나는 바다직박구리의 날갯짓에는 봄 내음이 묻어 있다.

원은희 작가는 봄을 작품에 담아 하루라도 더 빨리, 한 사람에게라도 더 빨리선물하고 싶어 한다.